언론 읽기2012/05/04 14:22



지난 4월 30일 작성한 글인 ‘한겨레신문이 왜 나는 꼼수다 편들어야 하나’(새 창에서 보기)의 속편쯤 되겠다. 예상 밖으로 댓글이 많이 달려 의외이긴 했지만 보람은 있었다. 제목처럼 이성적이기보다 도발에 가까운 글이었음을 고백한다.

 

댓글은 엄청 달렸지만 그리 생산적인 논의는 되지 못했다. 쟁점에서 워낙에 큰 차이를 보여서다. 주로 딴지를 걸기 위해 댓글을 단 사람들이 많고 각자 남의 말이 통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다보니 주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시각 차이가 있는 건 크게 세 가지 부분이다.

 

1. 언론이 <나는 꼼수다> 편을 들어야 하나.
2. 언론이 <나는 꼼수다>처럼 해야 하나.
3. <나는 꼼수다> 지지자들, 팬덤인가 아닌가.

 

난 언론이 <나는 꼼수다>(나꼼수) 편을 들 필요가 없고, 언론이 나꼼수처럼 할 필요가 없으며, 나꼼수 지지자들 가운데 팬덤으로 부를 만한 이들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여기서 가리키는 팬덤에는 나꼼수 멤버들의 책을 죄다 사 모은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 주장을 들어볼 가치도 없다고 평가한다면 이쯤에서 뒤로 가기를 누르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처음 이 문제를 생각한 건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트위터를 보면서다. 진 교수는 나꼼수에 대한 거부 반응을 여러 차례 보여왔다. 그는 나꼼수를 ‘닭짓’으로, 나꼼수 팬을 ‘닭대가리’로 표현했다.

 

여기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번 생각은 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진 교수가 단순히 나꼼수에 대한 시기와 질투 때문에 험한 말을 써가며 비아냥거린다고 판단하는 건 일종의 정신 승리다. 그것이야 말로 스스로 닭대가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킬 때 손가락을 봐선 본질을 깨닫기 어렵다.

 

나는 꼼수다 멤버들은 유쾌한 싸움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비장한 싸움에 가깝다. (사진 출처 = 나는 꼼수다)

 

사실 나꼼수를 좋아하는 것이 죄는 아니다. 맹목적으로 좋아해도 상관없다. 팬덤이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즐기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나꼼수를 기준으로 이성적인 척을 하고 사사건건 따지게 되면 문제가 된다. 나꼼수가 사회의 소금 구실을 하고 있어도 늘 정답이 될 순 없다.

 

흔히 진보 언론은 진보 진영의 편을 들어줘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때도 한참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난 여기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언론은 공직자에 대한 검증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비판적인 기사도 써야 한다. 나꼼수도 예외는 아니다.

 

진보 언론이라는 것도 편의상 붙여진 이름이다. 진보 언론이란 건 없다. 언론과 언론이 아닌 것이 있을 뿐이다. 아주 기본적인 사실마저 입맛대로 비틀어버리는 현재의 조중동은 언론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수뇌부가 장악당한 한국방송과 문화방송도 정상은 아니다. 그러나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한경오프)은 미흡할지언정 언론의 책무를 나름대로 다하고 있다. 이들의 취재 환경이나 여건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언론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한다. 중립과 객관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안에 대한 본질을 캐내는 일이다. 나꼼수가 거대한 권력은 아니다. 하지만 공직에 출마한 김용민 전 교수는 미래 권력이고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할 처지였다.

 

한겨레가 사설로 김 전 교수의 사퇴를 요구한 건 지나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언론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이었다. 보수 진영 인물이 그렇게 했다고 해도 곱게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 공세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여당이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가진 않는다.

 

결국 이 일은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갔고 야권에 악재가 됐다. 나꼼수 때문에 15석이 날아갔다는 말도 나왔다. 15석은 지나친 해석이겠지만 몇 석 날아간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야권에 투표를 해야 할 부동층이 투표하지 않았고, 새누리당에 조금이나마 호감을 갖던 부동층은 투표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야권의 실패를 나꼼수가 다 책임지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기엔 야당이 너무 무능했다. 이번 총선은 야당이 뭘 하겠다는 건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 진 선거다. 야권연대도 후보만 한 명으로 만들었지 과정은 진흙탕이었다. 하지만 나꼼수가 책임이 아예 없진 않다. 그걸 인정하고 가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당연히 있어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야 다음에 실패하지 않는다.

 

아울러 언론을 판단하는 기준이 나꼼수가 되선 안 된다. 나꼼수는 언론 구실을 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골방 토크쇼다. 그러기에 폭발력을 지닌 폭로가 가능하다. 책임을 크게 따져 묻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도 있다. 그래서 더 잘 들어온다.

 

하지만 언론은 다르다. 보도는 취재가 뒷받침이 돼야 하고 사실을 써야 한다. 이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선 더욱 그렇다.

 

자극적인 기사는 재밌다. 그러나 본질을 놓치기 쉽다. 나꼼수의 폭로도 죄다 <시사IN> 기사로 이어진 건 아니다. 폭로와 보도는 구분돼야 한다. 나꼼수도 때론 헛다리짚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때가 있다.

 

덧붙이자면 나꼼수는 언론사 못지않은 정보력을 갖고 있었다. 현직 국회의원과 연결된 전직 국회의원이 몸담았고 사회, 정관계 인사와 인맥이 두터운 언론사 사주가 있었으며, 탐사보도의 1인자가 붙어 있었고, 시사평론가가 중심을 잡았다. 그러니 앞선 정보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나꼼수가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면 이 만큼의 폭로는 절대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규제할 방법도 없는 나꼼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검경 사정기관의 태도를 봐도 훤히 보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제대로 된 보도도 허위 사실이나 명예 훼손으로 소송에 걸린다. 언론사가 마음 놓고 폭로를 할 수 없는 환경이다.

 

댓글 논쟁 중에 느낀 점도 있다. 한경오프와 같은 언론사가 더 분발해야 할 필요는 있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는 한경오프에서 얻는 정보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짠 음식은 맛은 있어도 건강엔 나쁘다. 팬덤이라는 표현도 듣는 사람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울러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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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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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편을 들지 않더라도...

    <맛있는 음식 = 조미료를 넣은 음식>, <몸에 좋은 건강 음식 = 맛없는 음식>..... 어렵지만 이런 관념적 구도를 깨고, <맛있고 몸에도 좋은 음식>으로 나가는 길을 부지런히 찾아서 '재미있게 알려 주는 언론'이 늘었으면 합니다. 사회에 필요한 소금이 2%가 아니라 20%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사람들의 손길과 긍정적 인상이 닿지 않으면 '사실상 없는 것'이 된다는 생각이라서요. 아마 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것이 옳고 그름은 또 다르게 파악할 수 있겠지만) 절박한 사회 환경을 '언론'이 더 이해하고 쉽게 설명해 주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합니다. 나꼼수는 거기서 성공한 것이겠지요. 나아가 언론사의 의견/논설을 바라보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을 수도 있고요. '나는 옳은데 왜 따라주지 않나'라고 하기는 쉽지만, 정론직필을 하는데 있어서도 좀 더 절박함과 매력을 키우는 것이 (특히 자금과 인력이 많지 않은) 언론들의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2012/05/05 16:20 [ ADDR : EDIT/ DEL : REPLY ]